니체 『우상의 황혼』, 『이 사람을 보라』 서평: '나'를 찾아가는 3단계 철학적 여정
니체의 철학은 망치와도 같아서, 때로는 우리의 낡은 가치관을 부수고 불편한 진실을 마주하게 합니다. 하지만 그 파괴의 끝에는,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 온전한 '나'로 바로 서는 위대한 여정이 시작됩니다. 니체의 후기 저작들은 바로 그 자기 극복과 창조의 과정을 담은 치열한 기록입니다.
이 책들을 통해 배운,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3단계 철학적 여정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1단계: 나는 '숯'인가, '다이아몬드'인가? (나의 고유성 발견하기)
"왜 그리도 단단한가! - 언젠가 숯이 다이아몬드에게 말했다 : 우리는 가까운 친척 사이가 아닌가?" - 『우상의 황혼』
숯과 다이아몬드는 둘 다 '탄소(C)'라는 동일한 원소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구조와 쓰임새는 완전히 다릅니다. 니체는 이 비유를 통해 인간을 이야기합니다. 우리 모두는 '인간'이라는 같은 재료로 만들어졌지만, 각자의 능력과 기질, 역할은 모두 다릅니다.
자기 비하는 금물: "나는 아무것도 못 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직 자신이 숯인지 다이아몬드인지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은 각자만의 단단함과 쓸모를 가지고 있습니다.
나침반을 찾아라: 내가 어떤 배인지도 모르고 남들을 따라 무작정 항해를 시작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전투함인지, 잠수함인지, 혹은 작은 낚싯배인지를 먼저 알아야만 올바른 항로를 설정할 수 있습니다. '나'를 아는 것, 즉 자아성찰이 모든 여정의 시작입니다.
2단계: 수많은 역할 속 '진정한 나'는 누구인가? (나의 역할 정의하기)
"인식하는 인간은 자신의 적을 사랑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벗을 미워할 줄도 알아야만 한다." - 『이 사람을 보라』
니체의 이 말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나'의 주체성을 잃지 말라는 경고로 읽힙니다. 우리는 누군가의 남편, 아빠, 아들, 친구, 동료 등 수많은 역할 속에서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 모든 역할의 중심에 있는 '진정한 나'는 누구일까요?
저는 이 질문에 대해 '가장(家長)으로서의 역할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멋진 동료, 좋은 친구가 되는 것보다 '좋은 남편', '멋진 아빠'가 되는 것이 현재 제 삶의 최우선 순위입니다. 이처럼 수많은 역할 속에서 나의 핵심 정체성을 정의하고, 그것을 기준으로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바로 나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방법입니다. 물론 이 정의는 아내, 아이와의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계속해서 보완되고 수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3단계: '경험'으로 세상을 읽는 능력을 길러라 (지혜의 선순환)
"결국 어느 누구도 책이나 다른 것들에서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이 얻어들을 수 없는 법이다. 체험을 통해 진입로를 알고 있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그것을 들을 귀도 없는 법이다." - 『이 사람을 보라』
이 문장은 우리가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줍니다. 내가 아무리 감명 깊게 읽은 책을 추천해도, 상대방은 나와 같은 감동을 느끼지 못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책의 내용은 독자의 '경험'이라는 필터를 통해 해석되기 때문입니다.
경험이 없으면 들리지 않는다: 재수를 해보지 않은 사람에게 그 시절의 절박함과 노하우를 아무리 설명해도 온전히 전달되지 않습니다. 아이를 낳아보지 않은 사람에게 육아의 행복을 설명하기 어려운 것과 같습니다.
지혜의 선순환: 그렇기에 우리는 더 많이 배우고 경험해야 합니다.
책을 통해 간접 경험을 쌓고,
그것을 바탕으로 실제적인 경험을 하며,
나중에 그 책을 다시 읽으면,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저자의 깊은 의도를 깨닫게 됩니다.
나이가 들수록 과거에 읽었던 책이 새롭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만큼 나의 경험이 쌓여 세상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배움과 경험, 그리고 독서를 멈추지 말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결론: 니체를 읽는다는 것, '이 사람을 보라'고 외치는 것
니체의 철학은 정답을 알려주지 않습니다. 대신 '너 자신'이 되어라고, '너 자신의 가치'를 창조하라고 끊임없이 우리를 채찍질합니다.
나의 고유한 가치를 발견하고(1단계), 삶의 우선순위를 정하며(2단계), 경험과 독서의 선순환을 통해 지혜를 쌓아갈 때(3단계), 우리는 비로소 세상 앞에서 당당하게 "이 사람을 보라(Ecce Homo)!"고 외칠 수 있는 단단한 개인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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