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서평: 유전자의 관점에서 본 3가지 생존 전략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생명의 주체를 개체가 아닌 '유전자'로 바라보는 혁명적인 관점을 제시하며, 우리의 모든 행동이 유전자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프로그램임을 알려줍니다. 이 책은 단순히 어려운 생물학 이론서가 아니라, 인간 사회와 관계, 나아가 인생의 전략까지 꿰뚫어 볼 수 있는 경이로운 렌즈와도 같습니다.
'이기적인' 유전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때, 역설적이게도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3가지 핵심적인 생존 전략을 발견하게 됩니다.
1. 생태계를 존중하라: '해충'은 인간의 착각이다
"농작물에 심한 피해를 입히는 해충을 없앨 방법을 발견한 뒤 신나서 이 방법을 적용했는데, 그 결과 이 해충의 절멸로 다른 해충이 더 큰 이익을 보게 되었고, 우리는 전보다 더 나쁜 상태에 빠지고 말았다는 것이다." (p.266)
우리는 인간의 기준으로 유익한 '익충'과 해로운 '해충'을 나눕니다. 하지만 유전자의 관점에서 보면, 모든 생명체는 그저 자신의 생존 프로그램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을 뿐입니다. 인간 중심적인 오만한 생각이 자연의 질서를 파괴했을 때, 그 재앙은 고스란히 인간에게 돌아옵니다.
중국의 제사해 운동: 마오쩌둥이 참새를 '해충'으로 규정하고 박멸하자, 천적이 사라진 진짜 해충들이 들끓어 수천만 명이 아사하는 대참사가 일어났습니다.
살충제 DDT의 비극: 해충을 죽이려던 DDT가 먹이사슬을 통해 농축되어, 결국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에게까지 돌아와 심각한 피해를 입혔습니다.
생태계에 불필요한 존재는 없습니다. 인간의 편의를 위해 자연의 한 부분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려는 시도는 결국 생태계 전체의 균형을 무너뜨리고, 그 피해는 우리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2. 현명하게 짝을 선택하라: 변해가는 배우자의 조건
"암컷은 두 가지 대표 전략을 갖고 있는데, 그 하나는 남성다운 수컷을 뽑는 전략이고, 또 하나는 가정의 행복을 우선으로 하는 수컷을 뽑는 전략이다." (p.549)
유전자를 건강하게 후대에 남기기 위해, 여성은 최고의 배우자를 선택하도록 진화했습니다. 도킨스는 이를 '남성다운 수컷' 전략과 '가정적인 수컷' 전략으로 나눕니다.
저는 이 관점을 통해 현대 사회의 남성상 변화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과거 전쟁과 위험이 만연했던 시대에는 자손을 지켜줄 수 있는 '남성다운 수컷'이 최고의 배우자였습니다. 하지만 사회가 안정되고 여성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된 지금, 함께 가정을 돌보고 안정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가정적인 남편'이 더 선호되는 배우자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물론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제 딸아이가 미래에 평생을 함께할 사람을 선택할 때, 그 사람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가정적인 남자이기를 바라는 것 또한 한 명의 아비로서 유전자에 각인된 본능일 것입니다.
3. 배신하지 말고 협력하라: 죄수의 딜레마와 골든볼 게임
"TFT는 최초의 승부는 협력으로 시작하고 그 이후에는 단순히 상대의 앞 수를 흉내 낸다." (p.691)
'눈에는 눈, 이에는 이(Tit for Tat, TFT)' 전략은 '죄수의 딜레마' 게임에서 가장 성공적인 전략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에는 상대를 믿고 '협력'하고, 상대가 협력하면 계속 협력하되, 상대가 '배신'하면 즉시 응징하는 방식입니다.
이 전략은 인생의 모든 관계에 적용됩니다.
골든볼 게임: 두 참가자가 상금을 나눌지 독식할지 결정하는 게임에서, 서로를 믿고 '협력(배분)'을 선택하면 둘 다 이익을 얻지만, 서로를 '배신(독식)'하면 둘 다 아무것도 얻지 못합니다.
유산 상속 분쟁: 형제 A와 B가 협력하여 세무사와 상의하면 세금을 절약하며 원만히 유산을 나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배신하고 법정 다툼을 벌이면, 결국 둘 다 막대한 변호사 비용과 상속세를 내고 관계마저 파탄 나게 됩니다. 이 싸움의 진정한 승자는 변호사와 국가일 뿐입니다.
자신의 단기적인 욕심을 위해 타인을 배신하는 행위는 결국 공멸로 이어집니다. 유전자의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신뢰를 바탕으로 한 '협력'이야말로 모두가 함께 성장하고 승리하는 최고의 생존 전략입니다.
결론: '이기적' 유전자가 가르쳐준 '이타적' 지혜
『이기적 유전자』는 우리에게 역설적인 진리를 알려줍니다. '이기적인' 유전자의 생존 본능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생태계를 존중하고, 현명한 파트너를 선택하며, 타인과 신뢰를 바탕으로 협력하는 것이 가장 성공적인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이 책은 생명의 본질을 통해, 우리가 어떻게 더 지혜로운 인간으로 살아갈 수 있는지 알려주는 위대한 나침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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