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 서평: 2000년을 뛰어넘어 삶을 관통하는 3가지 질문
소크라테스의 말은 언제나 제게 깊은 울림을 줍니다. 그의 생각과 마주할 때마다 무릎을 탁 치는 깨달음을 얻고, '나'라는 존재에 대해 더 깊이 성찰하게 됩니다. 2000년 전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해준 플라톤과 수많은 사람에게 깊은 감사를 느낍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삶과 죽음, 그리고 그의 철학의 정수가 담긴 네 편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소크라테스의 변명: 부당한 고발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철학을 변호하는 내용
크리톤: 친구의 탈옥 권유를 논리적으로 거부하며 원칙을 지키는 내용
파이돈: 죽음을 앞두고 영혼의 불멸에 대해 제자들과 나누는 마지막 대화
향연: 사랑(에로스)의 본질에 대해 여러 인물들과 나누는 지혜의 향연
이 위대한 고전을 통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져지는 3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질문 1: 나는 나의 원칙에 따라 살고 있는가? (크리톤)
"나는 지금만이 아니라 언제나 내 안에 있는 것들 중에서 오직 이성에만 복종해서, 모든 일을 이성에 비추어서 깊이 숙고하여 최선이라고 여겨지는 것을 따라 살아온 사람이네. 그런데 지금 내게 이런 운명이 주어졌다고 해서, 내가 이전에 지켜왔던 원칙들을 지금 와서 배척할 수는 없네." (p.139)
이 말은 친구 크리톤의 탈옥 권유를 거절하며 소크라테스가 남긴 말입니다. 그는 탈옥이 자신이 평생 지켜온 삶의 원칙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이며, 주변인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만약 내가 억울하게 죽음을 선고받고 탈옥할 기회가 생긴다면, 과연 소크라테스처럼 행동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 앞에서 저는 한없이 작아집니다. 저는 언제나 이성에 복종하며 살고 있는가? 물론 삶에는 감성도 필요하지만, 이성과 감성의 균형을 맞추는 '중용의 길'은 실천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어쩌면 자신의 원칙을 세우고, 그것을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고찰하고 행동하는 과정 그 자체가 바로 철학일지도 모릅니다.
질문 2: 나는 나의 국가에 감사하고 있는가? (크리톤)
"우리(국가)에게 복종하지 않는 사람은 세 가지 점에서 불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우리가 그를 태어나게 해준 것인데도, 우리에게 복종하지 않는 것이 첫 번째 불의요, 우리가 그를 양육했는데도, 우리에게 복종하지 않는 것이 두 번째 불의요, ... 우리 명령이 어떤 점에서 잘못된 것인지를 말해서 설득해야 하는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세 번째 불의입니다." (p.162)
소크라테스는 국가의 법이 자신을 낳고 양육했으며, 그 법에 복종하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했기에 탈옥은 불의라고 말합니다. 이는 오늘날 우리에게도 큰 시사점을 줍니다.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으며, 법의 보호 아래 살고 있습니다. 만약 자유가 없는 북한에서 태어났다면, 혹은 호구 제도로 거주 이전의 자유조차 제한받는 중국에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요? 지금 누리는 이 자유와 풍요는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닙니다.
물론 사회의 문제점이나 악법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불만을 단순한 비난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발전을 위한 동력으로 승화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불편함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새로운 발명을 낳고, 개인에게는 부와 명예를, 국가에는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 수 있습니다.
질문 3: 인간은 무엇으로 영원히 사는가? (향연)
"죽을 수밖에 없는 필멸의 존재에게는 낳는 것이야말로 죽지 않고 영원히 사는 것이기 때문" (p.604)
'향연'에서 소크라테스는 사랑(에로스)이 불멸을 추구하는 행위라고 말합니다. 모든 인간은 죽음을 피할 수 없기에, 자신의 유전자와 지식, 문화, 정신을 후대에 남김으로써 영생을 얻는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수만 년 전부터 이어져 온 인류의 결과물입니다. 조상들의 유전자가 우리 몸에 흐르고, 그들이 남긴 문자와 책을 통해 우리는 고대의 지혜를 배웁니다. 개인이 건강하게 유지되어야 국가가 유지되듯, 우리 후손들이 이 땅의 역사와 문화를 계속 이어갈 것입니다.
물론 이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다만 소크라테스는 우리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나는 유한한 존재로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각자 깊이 성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소크라테스를 읽는다는 것
소크라테스의 대화편을 읽는 것은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와 같은 인생의 가장 중요한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그 답을 찾아가는 여정의 시작입니다. 2000년의 세월도 빛바래게 하지 못한 이 위대한 고전 속에서, 당신만의 삶의 지혜를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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