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톤 체호프 『사할린 섬』 서평: 100년 전 지옥에서 발견한 3가지 사회의 법칙
안톤 체호프의 『사할린 섬』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닙니다. 이곳은 19세기 말, 제정 러시아의 유형지이자 법과 질서가 무너진 '인간 지옥'의 생생한 기록입니다. 체호프는 인간이 가장 밑바닥으로 추락했을 때 어떤 모습이 되는지를 냉철한 시선으로 관찰하며, 시대를 초월하는 인간 사회의 법칙들을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100여 년 전, 버려진 섬의 참상을 통해 우리가 오늘날의 사회와 나 자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에 대한 3가지 핵심 법칙을 발견했습니다.
법칙 1: 질서가 무너진 곳에 '인간다움'은 없다
"체홉은 인간 계층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유형수를 바라보면서 인간의 파멸 과정을 주목했다. ... 이런 상황에서 체홉은 인간이 대체로 고유한 악덕과 비뚤어진 심성을 드러낸다고 판단했다." (p.41)
체호프가 묘사한 사할린 섬은 혼돈 그 자체입니다. 굶주림, 추위, 질병 속에서 유형수들은 도박과 매춘에 빠져 희망 없이 하루하루를 살아갑니다. 국가의 통치력이 미치지 않는 이곳에서는 그 어떤 규율도, 도덕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에게 중요한 사실을 알려줍니다. 인간은 어느 정도의 규율과 질서(법, 규칙) 안에서 비로소 '사람답게' 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사회적 약속이 무너진 환경에서는 인간 내면에 잠재된 악덕과 비뚤어진 심성이 고개를 들기 마련입니다. 인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질서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금 생각하게 됩니다.
법칙 2: '자발성' 없는 노동은 세상을 발전시키지 못한다
"자발적인 노동이 강제노동보다 우월한 점이다." (p.437)
사할린 섬의 건축, 농업 등 모든 일은 유형수들의 강제 노동으로 이루어집니다. 당연히 그 어떤 일도 제대로 되는 법이 없습니다. 더 열심히 일한다고 해서 보상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모두가 똑같은 배급을 받기 때문입니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발전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 모습은 공산주의 시스템의 근본적인 실패 이유를 명확히 보여줍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주어지는 보상이 남들과 동일하다면 누가 더 열심히 일하려고 하겠는가?" 인간의 본성은 자신의 노력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원합니다. 자발적인 동기와 인센티브가 없는 사회는 결국 정체되고 쇠퇴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가 누리는 자본주의 사회의 자유와 기회가 얼마나 큰 가치를 지니는지, 이 책을 통해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닫게 됩니다.
법칙 3: 인간은 환경의 거울이다
"자유를 박탈당하고 노예화되어 굶주리고 늘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인간들에게는 대체로 고유한 악덕과 비뚤어진 심성이 나타난다. 거짓말, 교활함, 비겁, 무기력, 중상, 도둑질..." (p.853)
사할린 섬에서는 희망이 없기에 거짓말, 도둑질, 매춘과 같은 악덕이 일상처럼 번져나갑니다. 이는 인간의 본성이 본래 악해서라기보다, 절망적인 환경이 인간을 그렇게 만든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매우 인상적인 예시가 있습니다. 길거리가 쓰레기로 가득한 곳에서는 사람들이 별 죄책감 없이 쓰레기를 버립니다. '남들도 다 버리는데 뭐'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아주 깨끗한 거리에서는 작은 쓰레기 하나 버리기가 망설여집니다.
이처럼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존재입니다. 내가 올바른 삶을 살고 싶다면,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부터 깨끗하고 긍정적으로 정리해야 합니다.
결론: 100년 전 지옥을 보며, 지금의 천국에 감사하다
『사할린 섬』을 읽고 나면, 우리가 지금 얼마나 축복받은 시대에 살고 있는지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우리는 교육받을 권리가 있고, 죄 없이 자유로우며, 척박한 환경에서 굶주리지 않습니다. 과거 왕이나 귀족조차 누리지 못했던 신선하고 다양한 음식을 먹으며 풍요로운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지금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이 자유와 행복이 결코 거저 주어진 것이 아님을 일깨워줍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며 더 나은 삶을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함을 절실히 느끼게 해주는 위대한 고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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